'내 근처' 서비스란?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내 근처' 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동네 가게 모음집' 이다.
아이들이 학교 혹은 학원에 있는 시간 동안 전업주부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자주 모이는 아파트 상가의 조그만 카페부터
세계적인 (2021년 기준 35개국에 8,160개의 매장을 보유한) 베스킨라빈스 까지
'우리 동네' 에 있는 '가게' 라면 모두가 '내 근처' 서비스의 또 다른 고객이다.
이제 '내 근처' 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았으니, 이 서비스의 등장 배경과 언제 등장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당근은 중고거래 앱 아닌가요? 동네 가게를 왜 모아서 보여주나요?
당근이 '중고 거래'를 선택한 이유는 이미 너무 유명해진 이야기라 생략했다.
당근은 두 공동 창업자님들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 '지역' 에 유난히 집착한다.
인터뷰용 미담쌓기 발언일수도 있지 않나요? 기업은 이익을 찾아가는 집단이잖아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과, 내수용 목적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의외로 간단히 '당근의 지역 집착' 이 진실임을 뒷받침 해 주는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당근마켓' 과 '번개장터' 혹은 '중고나라' 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거리 제한' 이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의 경우, 물품을 구/판매 하고 검색하는데 있어 아무런 거리적 제약이 없다.
하지만 당근의 경우, 현재 인증된 동네 인근의 물품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기업은 이익을 찾아가는 집단' 이다.
중고 거래에서 지역제한이 생긴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국에 내 상품을 노출하는 것 대비 판매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내 물품을 보는 인원이 그만큼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당근이 정말 '중고 거래 플랫폼' 을 지향했다면 거리제한을 둘 이유가 없지 않을까?
당근은 단순한 '중고 거래' 가 아니라, '지역 내에서의' 중고 거래를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중고 거래에 있어 수수료나 수익 모델을 일절 넣지 않았다.
결국 '중고 거래'로 돈 벌 생각 없음. 을 명확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당근에게 있어 '중고 거래' 란 단순히 '지역 기반 서비스' 의 시작점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근이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건 이제 알겠어요. 그럼 왜 동네 가게 홍보가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았을까요?
우선 '우리 동네' 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동네 주민' 이 있다.
나도, 내 옆집에 사는 가족도, 앞 건물의 할머니도 우리 동네를 구성하는 주요한 구성요소이다.
그리고 '가게' 가 있다.
작업 할 때 자주 가는 '스타벅스' 도, 스트레스 받을 때 땡기는 매콤한 엽떡도 우리 동네를 구성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다.
결국 '지역 기반 서비스' 를 지향하는 당근에게 있어, 동네의 구성요소인 가게들 역시 서비스 타겟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동네 가게 홍보를 처음부터 넣지 않았을까?
그에 대한 이유로는 오피셜이 없어, 한번 추론해보았다.
1. 우선도가 '동네 거주민' 에 비해서 떨어진다. 핵심 타겟을 우선도가 높은 '동네 거주민'에게 집중했다.
굉장히 불편해 아무도 살고 싶지는 않겠지만 '가게' 가 없는 동네는 이론상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주민이 없는 '동네' 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거주민이 없는 곳에서의 '가게' 역시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없다.
상업의 시초인 '물물교환' 이 결국 '사람들이 모인 집단' 에서 파생된 걸 생각해보면
'지역' 을 중요시하는 당근에게 있어 '거주민' 과 '가게' 중 우선도는 당연히 '거주민' 이 될 수 밖에 없다.
2. 이용자가 너무 적다.
규모가 얼마나 되건 가게 홍보를 무상으로 해 준다면 거절할 자영업자는 아마 드물 것이다.
물론 혹자는 규모가 작다면 '홍보에 들어가는 노력 대비 아웃풋' 을 비교하고 거절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플랫폼으로써의 가치는 MAU(월간 이용자) 혹은 DAU(일간 이용자) 로 결정된다.
불안정한 사용자층을 보유한 기업에 홍보를 맡길 가게는 아마 드물 것이다.
'당근에 올렸는데 별로 효과가 없더라' 라는 소문이 나는 순간, 동네가게 홍보의 기댓값은 떨어지게 되므로 어느정도의 이용자층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제 왜 가게 홍보가 밀렸는지도 알겠어요. 그럼 동네생활은요?
'당근' 은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9년 5월경 (당시엔 작은 스타트업이라 정확한 일시는 아무리 구글링해도 찾을 수 없었다.) 동네생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0년 9월경 동네생활 서비스의 전국화와 동시에 '내 근처'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의 오픈 순서로 보자면
중고거래 - 지역 커뮤니티 - 동네 가게 홍보 순서이다.
그렇다면 왜 동일하게 '동네 거주민' 을 타겟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는 중고거래와 동시에 출시하지 않았을까?
김 대표는 “동네에서 벼룩시장을 열면 사람들이 특별히 뭔가를 사지는 않아도 돌아다니면서 무슨 물건들이 나와있나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를 즐겨한다. 그러면서 판매자와 말을 한번이라도 더 걸게 된다. 당근마켓은 그걸 모바일로 옮겨왔다”고 했다.
출처 : 해럴드경제 https://mbiz.heraldcorp.com/view.php?ud=20181105000527
위의 인터뷰 내용과 내 생각을 종합해 한번 추론해보았다.
1. 커뮤니티는 실시간 서비스이므로 유저 규모가 작을수록 더더욱 초라해보이기 쉽다.
중고 거래의 경우 우리는 글을 올린 후 며칠간 연락이 없어도 그러려니 한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매나 홈쇼핑이 아니므로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경우,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지 않고 며칠동안 새 글이 적히지 않으면 흥미가 금새 식게 된다.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중고 거래가 필요할 때 사용할 앱' 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흥미가 식어버린 사용자에게는 '재미 없는 앱' 이라는 인식으로 변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유저층을 확보하기 전 성급한 커뮤니티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2. 막연하다.
여러분은 길거리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그걸 매일 해야 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대상을 모르는 사람에서 친구로 바꾼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야기할 거리도 많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는것보다 훨씬 편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정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커피나 음식 주문과 같다.
요즘에는 키오스크가 보편화되었지만, 아직도 구두 주문을 하는 손님들도 많다.
우리는 음식을 주문할 때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지 어떻게 주문할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커뮤니티의 경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 서비스에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 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론
결국 어쩌다보니 당근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추론해봤다.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당근은 '중고 거래 플랫폼' 이 아닌, '지역 기반 서비스' 플랫폼이며
중고 거래는 그 시작점이었고, 충분한 유저층이 확보된 후 동네 주민들의 커뮤니티와 동네 가게 홍보 기능을 추가했다 이다.
'내 근처' 가 당근에게 있어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표면적으로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이웃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동네' 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가게' 를 위한 서비스이니 '지역 기반 서비스'를 지향하는 당근에 있어서는 당연하게도 핵심 기능이다.
하지만 단순히 '동네' 의 구성요소를 위함이기 때문에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1. 수익 모델이 없던 당근의 유일한 수익원인 당근광고의 잠재 이용자 유치
당근은 '중고 거래 플랫폼' 으로써 시작했으나, 중고 거래에 아무런 수익 모델을 추가하지 않았다.
결국 현재까지도 당근은 '광고 수익' 하나만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당근의 매출 약 499억원 중 광고수익이 약 495억원을 차지할만큼, 당근에게 있어서 광고수익은 필수적인 생존요소이다.
그리고 동네가게 홍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당근광고의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2. 사용자의 앱 내 체류시간 증가
이전까지는 '중고 거래 할 일' 이 있을 때만 찾았다면, 내 근처 가게들을 모아서 보여줌으로써
기존에 맛집을 검색할 때 사용했던 '카카오맵', '네이버지도' 등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게 되었다. (한정된 기능에 대한 예시이긴 하다.)
이는 곧 사용자로 하여금 앱을 켤 이유를 추가하는 것이고, 자연히 앱 내부에서의 체류시간도 증가한다.
1번에서도 말했듯 '광고 수익' 이 회사를 유지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당근에게 있어 '사용자의 앱 방문 수 증가' 는 곧 수익과 직결된다.
당연히 사람들이 자주 들어와야 광고도 더 자주 보고, 더 자주 클릭하지 않겠는가?
후기
기획을 처음 공부하고 이런저런 책과 자료들을 찾아보다 처음으로 제작해본 게 '기획 루틴 템플릿'이었다.
템플릿이라고 해도 정석적인 가이드라인이 아닌,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그 아래에 내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예시를 써 보는 형식이었다.
그리곤 기획자분들이 모여계시는 커뮤니티에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다음 날 너무나 감사하게도 해당 커뮤니티를 개설하신 방장님께 커피챗과 함께 정말 피같은 조언들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서비스 기획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나의 말에 그분이 해주신 역기획과 관련된 조언에서부터 이 분석은 시작했다.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고,
어떤 정책과 기능으로 이루어져있는지 파악해보는 것
너무나도 좋은 조언을 해주신 방장님께 (커뮤니티 내에서의 닉네임이 실명이라 거론할 수 없다.) 너무 감사드린다.
당근 이라는 앱의 '내 근처' 라는 서비스를 목표로 잡았을 때,
이 앱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표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당 앱 내의 모든 서비스는 기업의 목표 내에서 설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당근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찾았다.
당근 팀 블로그, 다른 분들이 하셨던 역기획, 당근과 관련된 뉴스, 판교장터 시절의 블로그까지
하지만 기업의 특성 상 모든 의사결정의 근거가 공개되지는 않고 열심히 찾았으나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정보만으로 추론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전처럼 생각없이 중고물품을 찾을때만 열었던 당근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이 글이 내근처 역기획의 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역기획 방법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역시 시행착오일수도 있다.
경험이 많으신 기획자분들이 보시면 부족한 부분이 정말 많이 보일 것 같다.
부족한 부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수용하여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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